영화 화양연화 줄거리
1960년대 초반 홍콩의 어느 아파트,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층, 호실만 다른 방으로 두 부부가 이사를 오게 된다. 한 곳은 지역 신문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모운'과 그의 아내가 이사하고, 다른 한 곳은 무역회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소려진'과 그의 남편이 이사한다. 모운의 아내는 호텔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려진의 남편 역시 사업 때문에 일본을 자주 왕래하여 집에 없는 때가 많았다. 각자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혼자 국수를 먹으러 가다가 둘은 꽤나 자주 마주치게 되고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모운은 아내의 것과 같은 핸드백을 려진이 가지고 있는 것과, 려진은 남편이 메고 있던 넥타이가 모운의 것과 똑같은 제품임을 알고 서로의 배우자가 심상치 않은 사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급기야 각자 핑계를 대며 일본으로 밀회를 떠나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배우자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남겨진 그들은 각자의 처지를 서로 위로하다 미묘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모운은 평소 무협소설 작가에 도전하고 싶어 했고 역시 무협소설 읽기를 좋아하던 려진도 모운의 집필을 돕게 되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자와 자신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갈등한다. 결국 려진을 잊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나는 모운과 그런 그를 끝내 붙잡지 못한 려진은 자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지나갔고 서로 가장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헤어짐을 통해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정보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는 '주모운' 역에는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무간도 시리즈 그리고 색계에 출연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홍콩배우로 알려진 양조위가 배역을 맡았고 여행사 비서로 일하는 '소려진' 역에는 아비정전, 첨밀밀, 파이란으로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만옥이 참여했다. 각본과 감독은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이며 이 영화를 통해 제53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예술성취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스텝프린팅 촬영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느낌을 연출하여 호평을 받았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북미에 직접 이 영화를 배급할 정도로 극찬했으며 영화가 주는 몽환적이고 묘한 느낌 때문인지 최초 상영 후 20년이 넘었지만 3번이나 재개봉할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독특하고 강렬한 미장센과 시적인 대화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특히 대한민국 영화계와 뮤직비디오 업계 및 광고계에 엄청난 파장을 끼쳤으며 아직도 예능 계열에서 심심찮게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다. 감독이 음악 선정에도 탁월한 센스를 갖고 있어 영화 OST로 나오는 몇몇 곡들은 최근에도 CF나 여러 작품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감상평
이 영화가 워낙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감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색, 계라는 작품을 통해 양조위라는 배우를 뒤늦게 접하고 그의 연기력과 분위기에 빠져 출연작들을 찾아보게 되다가 결국 이 작품을 2022년 하반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영화는 이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가 주는 임팩트가 컸고 왜 이제야 이 작품을 봤나 후회도 밀려왔다. 처음 보는 영화였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만큼 비슷한 장면들을 국내외 영화에서 많이 봐 왔던 탓이리라 생각된다. 단 한 편의 명작 다른 작품에게 끼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지 화양연화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느릿하고 정적이며 고전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런저런 설명이 많지 않으며 오히려 영화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보게 된다면 굉장히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비워내는 것이 팬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으로 작용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세계가 아직까지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고 본다. 사랑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아마도 이 영화의 장면처럼 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흘러가는 강물처럼 변하는 주변 풍경과 그 속에 마주한 두 사람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을 것 같다.